더운 나라에서 도마뱀과 마주쳤을 때 말이다- 처음엔 기겁을 해서는, 방 안까지 들어오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다 낯이 좀 익으면(...) '혹시 방 안까지 들어왔더라도 눈에 띄지는 말아줬으면' 한다. 그러다 더 나중에는, '방 안까지 들어올 수도, 어쩌다 눈에 띌 수도 있겠지만 제발 자는 동안 내 얼굴 위로 뚝 떨어지지만 말아주라' 라고 기도하곤 했다. 다행히 그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요즘 심경의 흐름이 그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처음 진단이 나왔을 때는 한치의 심적 용납도 안 되다가 ('암 따위가 내 가족의, 내 삶에 들어올 순 없다' 라는), 그나마 눈에 띄는 전이는 없다니 잠시 안도했다가 (그래, 이미 생긴 걸 어쩌겠나. 다만 수술 때까지 죽은 듯이 있어라), 이번에 잘 낫더라도 재발률이 높은 (40%) 유형이라는 얘길 듣고서는...훗날 혹여라도 또 생긴다면 적어도 일찍 일찍 발견되어 수술로 제거가능한 정도까지, 아무리 봐줘도 딱 거기까지만. 더 이상의 선은 넘지 말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이고 있다.
정말 거기까지만이다. 더이상의 양보는 할 수 없다. 넌 도마뱀이 아니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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