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잘못 봤던 게 아니었다. 읍내 공원에 황새가 있다. 며칠 전 트램 타고 지나가다 얼핏 보이길래 '저게 뭐지...?' 하고 지나쳤던.
오늘 그 근처 세탁소에 들렀다 공원을 지나가는데 이 애들이 눈 앞에 유유히 걸어가길래 흠칫 놀랐다. 동물원도 물가 풀숲도 아닌 이런 도심 한가운데 공원에서 보는건 뜻밖이라 한참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옛날에야 지붕이나 정원에서도 흔하게 둥지 틀고 살았다지만 요즘은 나름 멸종위기 보호대상 아니니 너희들.. 조깅하는 사람들, 잔디 깎는 아저씨, 물총놀이 하는 꼬마들이 주변에 돌아다녀도 새들은 아랑곳 없이 여유로웠다.
제법 가까이 다가와 포즈를 취해주기도 한다. 카메라가 좀 무겁긴 해도 갖고 다니다 보면 또 이런 깜짝모델이 생기는 날도 있고.
궁금해서 집에 와 찾아보니 2년전 기사가 하나 뜬다. '이 사람 덕분에 스위스에 아직 황새가 있다' 라고- 바젤동물원의 30년 경력 황새전문가에 대한. 다리에 표식이 하나씩 붙어있던 걸로 봐서 오늘 공원의 그 애들도 이동경로 연구에 참여하는 새들인걸까? 늦어도 8월 말이면 월동준비를 위해 남쪽나라로 떠난다고 하니 읍내에서 볼 기회도 그리 오래 남지는 않았나보다. 벌써 몇 년을 살았지만 내가 몰랐던, 그리고 모르는 이 작은 동네의 모습은 아직도 참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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