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으니 딴세상 같아졌다. 간밤에 본 귀곡산장과 정녕 동일장소가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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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은 커녕 먹구름 때문에 달빛 한 점 없던 숨막히는 어둠.. 도착한 날 밤 첫모습은 그거였다. 아침이 되자 비로소 주위가 보였다. 끝없이 펼쳐진 초록풀밭, 그리고 이 녀석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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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아저씨가 아침식사를 날라다 주었다. 아침에 보니 아저씨도 완전 마음씨 좋아 보이시네.. 낫인지 칼인지 모를 연장을 슥슥 갈다가 '혼자 왔냐' 며 뚫어져라 보던 그 분이 맞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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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원래 연약한 캐릭터가 전혀 아닌데 간밤엔 왜 그리 쫄았었나 모르겠다. 잘 도착했냐고 물어보는 남편의 전화에 너무 무섭다고 날 밝자마자 집에 돌아가겠다 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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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출장중인 사메는 나의 뜻밖의 반응에 놀라 15분 간격으로 생사 -_-;; 를 확인하질 않나. 그러게 자기가 집에 없기만 하면 넌 꼭 그렇게 어딜 혼자 갈려고 하더라며 괜히 버럭거리기까지 했다. 그러게나 말이다. 집에나 있을걸, 체험학습도 아니고 왜 뜬금없이 이런 곳엘 와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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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막급인 와중에 묘하게 안심이 되었던건, 깨끗하고 포근한 냄새가 나는 침구와, 이 집에 왠지 안 어울리게 팡팡 잘 터지는 와이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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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배불리 먹고 나자 집안 구석구석이 눈에 들어왔다. 소박하지만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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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짜리 작은 집 한 채를 통째로 내어주는데, 아래층에는 거실과 부엌, 욕실+화장실, 작은 정원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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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층에는 다락방 느낌의 침실과 화장실+세면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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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가 아니니 부근엔 아무 것도 구경할 게 없다. 농지와 언덕, 드문드문 있는 집들. 멀리 보이는 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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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소, 양, 개, 고양이, 토끼, 닭, 당나귀...가축들이 사람보다 더 많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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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지켜보는 느낌에 뒤돌아보니 쟤네가 나를 구경하고 있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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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창 밖으로 처음 보였을땐 오오 하면서 막 사진을 찍었는데, 알고보니 얘네들은 늘 집 주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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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 사부작 돌아다니며 풀 뜯는 소리로 아침을 열고, 하루 종일 먹다가 자고 일어나 또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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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작은 소리만 내도 도망가기 바쁘더니 나중엔 낯이 좀 익었다고 바로 앞에 서 있어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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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이 맛있다 했더니 아주머니가 작은병 하나를 선물로 주셨다. 이 지역 꿀인데 생산량이 적어 마을안에서만 사고 팔고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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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들었다는 잼도 맛있었다. 수제잼이라면 많이 먹어봤지만 이 집 살구잼은 정말 특별했다. 아마도 살구 자체가 우월하지 않았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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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을 다녀도 만나는 사람 수가 손에 꼽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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꿋꿋이 안 떨어지고 버티고 있는 고독한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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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움과 따스한 빛이 함께 녹아있는 11월의 저녁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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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 오래 앉아있지는 못했지만 봄에 온다면 참 좋을 것 같은 작은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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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에서의 2박 3일이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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