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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토랑80

진눈깨비, 요크셔 푸딩, 슬로베니아 잡담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잦은 출장 석 달째에 마침내 사메가 병이 났다. 감기차를 좀 해줘볼까 하고 배, 생강, 계피, 구기자를 달이고 있으니 온 집안에 한약(?)냄새가 진동한다. 슬로우쿠커의 단점이라면 음식냄새가 집안 구석구석까지 퍼진다는건데 내가 싫어하는 계피냄새가 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다가 강력하다. 윽.. 그래도 환자를 위해 과감히 넣었으니 마시고 쾌차하길. 시체 다리 고아 먹이던 전설의 고향 그 뭐냐.. '내 다리 내놔' 가 지금 생각나는건 왜지. ㅋㅋ 날도 꿀꿀하니 갓 구운 빵으로 아침을 먹고팠다. 빵 굽는 냄새가 계피냄새도 좀 눌러줬으면. 금방 구워낸 빵을 원하지만 사러 나가긴 싫다, 단맛 나는 빵은 싫다, 번거로운 것도 싫다- 그렇다면 요크셔 푸딩이 해답이 될 수 있다. 계란, 밀가루, .. 2021. 11. 1.
세 가지 맛 피데 (pide) 엄마의 카톡문자에 늦잠을 깼다. 이제는 아침에도 얼마나 어둑한지, 자명종의 방해가 없는 주말엔 둘 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잔다. 오늘 아침엔 왠지 모르게 몰디브 바다를 문득 떠올렸다. 눈을 뜨면 찰박 사르륵 바다소리가 제일 먼저 들려오던. 그 바다는 오늘도 포근한 새벽을 맞이하고 있겠지. 사진 속에 남아있는 그 곳의 새벽풍경을 꽤 한참 동안 곱씹어 보았다. 자, 현실로 돌아와...오늘 점심은 뭘 먹을 것인가. 오랜만에 터키식 피자 '피데 (pide)' 를 해먹기로 한다. 토마토 페이스트에 볶은 소고기로 첫번째 토핑 완성. 이번주 내로 안 먹으면 곰팡이 필 것 같은 페타치즈가 두 번째 토핑으로 당첨되었고. 반죽은 길쭉한 타원모양으로 펴준다. 물론 얇을수록 바삭해지지만 욕심 내다 찢어먹은 적이 한두 번이 .. 2021. 11. 1.
뜨끈한 한 그릇의 계절 나는 고기를- 정확히 말하자면 고기냄새를- 싫어한다. 그래서 양념갈비 외에는 고기를 먹고 싶어 해본 적이 없다. 하여 고기를 조리하는 것 또한 무관심의 대상이었는데...결혼하고 보니 남편이 엄청난 고기 lover인 것. 당신은 인간이오 육식공룡이오? -_- 살코기는 물론이고 내장까지 두루두루 먹는갑다. 뇌는 마쉬멜로우 식감이라나.. -_-;; 남편은 스테이크 구워주고 나는 다른거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같이 먹을 수 있는 걸 찾다보니 제일 무난한 게 braised meat 였다. 우리말로는 찜이라고 해야 하나. 소스에 담가 뭉근히 끓이면서 증기로 익히는 것. 고기냄새가 가려져서 나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국물을 넉넉하게 해서 스튜로 먹건, 걸쭉하게 해서 그냥 먹건 핵심은 같다. 소스에 넣어 슬로.. 2021. 11. 1.
토요일의 맛- Tiramisu 때는 2001년. 빵이나 케잌 같은건 집에서 해 먹는거 아니라는 내 소신(?)이 지금보다 훨씬 굳건했던 시절. 티라미수만은 예외였다. 오븐도 없거니와 케잌 굽는 흥미 따윈 더더욱 없었던 기숙사 유학생에게도 티라미수 만큼은 참 쉬웠으므로. 반죽도 굽기도 필요 없다. 모양 신경 안 쓰고 무심하게 만들어 푹 떠 먹으면 되는 것까지...이 디저트는 귀차니스트에게 실로 완벽하다. ㅎ 그리하여 티라미수는 내 손으로 만들어 본 첫 디저트이자 지금도 꾸준히 해먹는 달다구리가 되었다. 첫 시도는 순전히 우연이었다. 크림치즈를 사러 갔다가 마스카포네 치즈를 집어왔는데, 그때만 해도 마스카포네가 뭔지 몰랐던 나는 먹어보고서야 잘못 샀음을 깨달았다. 그 때 그 치즈통에 적혀있던게 티라미수 레시피였다. 당시엔 아무 생각 없이 .. 2021. 11. 1.
The belly rules the mind 스페인 발렌시아산 오렌지를 대량 팔길래 한 자루 사왔다. 즙이 얼마나 풍부할진 모르겠지만 일단 평소대로 다섯 개를 짜본다. 주스 짜는 일은 가급적 사메한테 맡기지 않는다. 짜는 족족 배불리 들이키고 계시는지라.. -_-;; 그래도 오늘은 아끼지 말고 무한리필 해줘야겠다. 영국 본사와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 잦은 출장에 지쳐있다. 화요일에 영국 갔다가 금요일에 돌아오는 생활이 아직도 한 달 넘게 남았다고 엄살이 말이 아니다. 바람이 휘이~ 휘이~ 소리까지 내면서 불더니 잎사귀가 이젠 정말 다 떨어져간다. 너희들 중 누가 마지막 잎새가 되려나.. 참, 그 동료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ㅠㅠ 금요일 점심때 그 동료랑 나, 또다른 동료 셋이서 피자를 먹으러 갔다가 듣게 되었다. 왠지 죄 지은 것 .. 2021. 11. 1.
누텔라 토스트와 치즈오믈렛 바젤 약대 교수님 중에 누텔라 광팬이 있었다. 연구실 사방 벽에 자기가 먹은 누텔라 빈 통을 진열해 놓았었는데, 압도적인 규모가 진심 Art 였다. 우리집에선 제일 작은 병도 몇 달이나 살아남지만 말이다. 이것저것 넣고는 있지만 사실 오믈렛 내용물 따위 뭣이 중하겠습니까.. 어차피 맛은 치즈가 내는거 아닌감요? ㅎㅎ 남들은 있어도 잘 안 쓸 자잘한 기계들- 샌드위치 메이커, 오믈렛 메이커, 계란찜기 등등-에 난 너무 의존하는 것 같다. 후라이팬 앞에 지키고 서서 계란을 익히거나 하는건 너무나도 귀찮은 것.. 다 알아서 해주려무나 귀염둥이들아. 상대적이고도 오묘한 누텔라의 적정량. 단 거 좋아하는 사메에게는 감질나고, 아침식사로 단 음식은 그닥인 나한텐 부담스럽게 두툼하다. 2021.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