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1051 알고 있었음에도 세상이 내 스케줄을 봐가며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쯤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좀 기분이 묘하달까. 너무 바빠 우울할 지경인 이 와중에도 바젤에는 축제가 시작되었다 (매년 있는 봄맞이 축제). 피리를 불고 종이 꽃가루를 흩뿌리며 행진하는 거리 한가운데에서 나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때 그 기분을 상기해냈다. 전기대 낙방 후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던 풍경.. 그때 세상은 참 얼마나 낯설도록 멀쩡했던가. 그때의 기분에 젖어있는 동안, 탈을 쓴 무리는 리허설을 끝내고 왁자지껄 멀어져 갔다. 시간은 흘렀고, 나는 자랐어도, 지구는 언제나 변함 없이 덤덤하게 돌아가는가 보다. 알고 있었음에도 번번이 새삼스러운 모습. 2021. 11. 10. 무얼 먹고 사나요 바젤로 근거지를 옮긴 이후로는, '집밥' 을 해먹은 적이 손에 꼽힌다. 한국음식은 물론이거니와, 간단한 파스타조차도 잘 안 해먹으니까. 그렇다면 대체 무얼 먹고 사는가..? 그 점이 나도 신기한데 -.-; 첫째는 레스토랑과 반조리 식품의 도움이고, 둘째로는 크리스의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나와 똑같이 바쁜데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잘 챙겨 먹을 뿐 아니라 식사초대를 하거나 음식을 만들어서 싸주는 등 엄마가 따로 없다. 어제 저녁은 무라드와 초밥집에서 해결. 먹을 만큼 먹고 배불러하고 있는데 M군은 아직도 돌아가는 초밥들을 갈망하는 눈으로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이상해. 왜 오늘은 그게 없지!" "뭐" "있잖아 그 달착지근한 갈색 물고기!" 아, 장어초밥.. 하여간 몸에 좋다는 건 귀신 같이 알아가.. 2021. 11. 10. 알게 될거야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1. 11. 10. 새해결심 '새해결심 정신건강에 좋지 않아' 기사를 보고 왠지 기분이 좀 그랬다. 음...결심...역시 다들 하고 있었어. -_- 나만 안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듯 해서 순간 자괴감. 결심 안 해도 정신건강에 안 좋은 건 마찬가지인 듯. -_-; 연휴의 끝. 리듬이 사정 없이 흐트러졌다. 차라리 퍼져 놀았으면 억울하지나 않겠단 말이지, 쩝. 제대로 일하지도, 놀지도 않으면서 어정쩡 시간을 보내버리는 이 습관은 대체 언제쯤 고칠 수 있을 지, 아니, 고칠 수나 있을 지, 정말 모르겠다. 물론 내일부터는 다시 정상리듬을 찾겠지만, 스케줄에 의해 불가항력적으로 '교정' 되어지는 그 기분은 자다 막 일어난 뻐근한 몸으로 다리 180도 찢기에 도전하는 고난과도 같다. 울엄마가 온천 가셨다가 봤다는 내 금년 운수에 .. 2021. 11. 10. 12/31 해마다 이 날이면 생각한다. 날짜라는 게 참 장난 같다고. 똑같은 하루인데, 오늘은 마지막 날이고 몇 분 후는 첫날이라니. 오늘 하루 어찌 보냈는가 하면- 다음주에 있을 학술 demonstration 준비로 반나절 바빴고, 그 다음엔...와플 기계 사러 갔었는데 품절이었음. 자주 먹지도 않는데 그냥 사지 말까. 연구실로 돌아와 크리스와 함께 장을 봤음. 랩에 남아있는 몇몇 동료들과 저녁때 raclette을 해먹고 (치즈를 녹여 이것저것과 함께 먹는), 불꽃놀이를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마음이 변해서 집으로 왔다. 한 해를 마감하는 불꽃놀이라지만 사실 별 감흥이 없고 (볼려면 내 방에서도 볼 순 있단 말이지) 그냥 혼자 있고 싶었다. 크리스마스 전엔 야심이 컸다. 연휴 동안 페이퍼 draft도 완성하.. 2021. 11. 10. 옥소리, 한류, 연말 옥소리가 이 곳 일간지에도 나왔다. 어제 커피타임때 다들 나한테 설명 좀 해보라고. -_-; 오히려 난 잘 모르는데 크리스가 빠삭하게 알길래 웃겼다. ^^ 크리스는 평소 한류에 노출이 심해서 모르는 연예계 비화가 없다. 이집트 출신 사메도 장금이를 사모하고, 아무튼 한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널리 퍼져 있는 것 같다. 본격 연말 분위기다. 나와 크리스는 드디어 조용히 데이터 정리에 몰두할 수 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비록 내년 스케줄이 벌써부터 빡빡하게 다 나와 있는 상태지만 단 며칠이라도 오로지 내 일만을 생각할 수 있어 기쁘다. 정신 없이 달렸던 한 해. 열심히 살았다고, 다가오는 새해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1년이었기를. 2021. 11. 10. 이전 1 ··· 107 108 109 110 111 112 113 ··· 17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