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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717

배바스티앙의 교훈 나는 인간관계에서 '계산 따위' 하지 않는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착각하며 살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일이다. 계산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자신하는 그 사이에도 우리의 머리는 전광석화와도 같이 그 계산을 벌써 끝내고 이득 얼마에 손해 얼마, net 값까지 말끔하게 산출해낸 뒤 저 상대에게 호감을 느껴라, 말아라- 뇌에 지령전달까지 마친 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집착하는 대상이 외모나 돈 등일 경우엔 그나마 솔직하다. 그렇다면 지적(知的) 허영심이나 도덕적 우월감 같은 건? 오히려 더 저질이지 않을까. 그런 건 힐난하는 사람도 많지 않거니와, 자신도 별로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은 채 '돈이나 밝히는 속물들보다 나는 얼마나 성숙한 인간인가' 라고 근거 없는 교만함까지 하나 더 얹어 붙을 테니 .. 2021. 11. 1.
우연이야, 우연. 새 립스틱 장만. 그러나 어느 게 새건지 구분이 불가하구먼. (워낙 가물에 콩 나듯 바르다 보니 모두모두 극 우수한 보존상태. -_-a) 맨 왼쪽, 샤넬 Miami Peach가 새거 되시겠다. 그 다음은 왼쪽부터 에스띠 로더 Crystal Baby, Crystal Coral, 샤넬 Waikiki 순. 이눔의 펭귄분장 입술에 관해서는 전에 얘기한 적이 있는 바,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내가 바를 만한 색상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바른 건지 안 바른 건지 티도 안 나는 비슷비슷한 색들.) 봄바람 불자면 멀었는데 갑자기 웬 새 립스틱이냐고? 아, 그냥 우연이야, 우연. 내일 노이버트씨와의 약속 때문에 괜히 혼자 설레고 있기 때문이 절대 아냐. -.- 2021. 11. 1.
사이비 연약소녀 크리스마스 휴점을 앞두고 양식을 비축해 놓고자 의욕적으로 장보기에 나섰다. 아, 그런데...잠깐 어지럽나 싶더니, 점점 심해지는 증세. 결국 빵 사다 말고 그대로 주저앉아 한참을 쉬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그러고 보면, 튼튼했다는 건 나만의 생각일 뿐 엄마 불평에 따르면 나는 우리남매들 중 가장 약골이었으며 고교시절 담임쌤에게는 관리대상 학생이어서 '저 가스나는 체력장 연습에서 빼달라' -_-;; 는 부탁을 체육쌤에게 하시곤 했다. 연약한 사람들은 보면, 새모이 만큼 먹는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던데 나는 전혀 그렇지도 않으면서 쓰러지고 그러면 왕 민망하지 말이다. 퀴리부인의 유학시절 일화 하나- 어느 날 영양실조로 쓰러진 그녀에게, 의사인 형부가 물었다: "처제, 요즘 뭘 먹었지? 다 말해봐." "아...당.. 2021. 11. 1.
Romance Grey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1. 11. 1.
기분이 없어 어릴 적 어느 날 일기에, '오늘은 기분이 없다' 라고 썼다가 엄마가 대박 한심해 했던 일이 있다. "사람이 어떻게 기분이 없냐. 그리고 '오늘은' 쓰는 거 아니랬지!" -_-a 그러나 커서 보니 역시 내 말이 맞았었단 말이지.. 기분 없는 날 분명히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한없이 무미건조하고 꽉 막힌 듯 고여 있어서 감정을 어떻게든 터뜨려주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날들. 그때와 똑같은 얘기를 이젠 조카의 일기에 종종 하는 엄마지만 그 아이도 언젠간 깨달을 거야, 사람 기분이 늘 메신저 표정아이콘 같진 않다는 걸. 일기 쓰기를 암만 배웠으면 뭐할꼬. 서른 셋에도 똑같은 일기를 쓰고 있다. 아아. 정말이지 요즘은 기분이 없어. 2021. 11. 1.
남는 것 국에 넣을 약간의 무우가 필요했을 뿐인데, 오늘따라 대인국에 간 걸리버 마냥 거대한 무우들만 좌롸락 눈앞에 펼쳐지니 대략 난감. 하는 수 없이 한놈을 사와서 국을 끓인 후 남은 무우로 그리 절실하지도 않은 깍두기까정 담갔다. 역시. 남는다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란 말이지.. 무엇이든 필요한 만큼, 가장 필요한 때에 있어주면 좋은데 남게 되면 모자란 것 만큼이나 성가셔지는 경우가 많으니. 생각이 남아 잡념, 느긋함이 남아 태만, 사랑이 남아 번민이 되나니... 그것들은 방심하는 사이 순식간에 커져버려 나중엔 이미 버리기에도 힘겨울 만큼 비대해진 후. 어찌 처리해야 하는감, 깍두기로 담글 수도 없는 그것들은. 2021.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