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17 어쩌라고 가끔은 정말이지 집에 전화하기 싫다. 정작 우리의 이야기는 얼마 없는 대신, 별 관심 없는 친척들 및 이웃집 자제들의 동향을 낱낱이 전해 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이라면, 속이 없는 건지, '그저 웃지요' 주의인 건지, 내게 시샘이 그다지 없다는 거. 누가 잘 나간다 소릴 들어도, 갑자기 나 스스로가 초라해진다거나 그가 나보다 정말 대단하다거나, 배가 아프다거나, 별로 그렇지 않다는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류의 자랑질 듣기는 매우 공허하다. **네 치과 무지 잘 된다더라. (사촌언니 부부 치과) **이 발령 났다더라. (판사) **이 요번에 시험 합격해서 xx 회계법인에서 어서옵쇼 했다더라. **이 신랑 (본인은 자랑할 게 워낙 없었나. -.-) 어쨌다더라 등등. 누가.. 2021. 11. 1. 단어 선택에 주의를 요함 딱히 허무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괜히 다 부질 없다 생각되는 이런 날이 있다. 모든 게, 하나도 빠짐 없이. '부질 있다' 란 말을 들어본 적 있나. 늘 '없다' 와만 만나도록 태어난...그러고 보면 부질이도 좀 안됐지 말이다. 그러게 다른 결론을 얻고 싶었다면 애초에 부질이라는 단어를 택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다. 2021. 11. 1. 아, 가을인가 식욕의 계절에 왜 나의 입맛은 이리도 없는 것인지. 월요일은 장 보는 날이건만 오늘은 귀찮아서 생략. 지난 주에 담가 놓은 김치도 있고.. 충분히 버틸 수 있으리라. 쩝. 더워서 밥 해먹기 싫은 날 저렇게 김밥 싸서 먹었다던 친구의 말을 떠올려 나도 집에 있는 재료들 이것저것 김에 말아 보기로 한다. 그리고 다시 거기서 남은 재료들로 만든.. 잡채라 부르기엔 미심쩍은 당면. 나중에 나중에, 이렇게 요리를 싫어하는 나도 세월의 힘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엄마 수준으로 잘 하게 되었을 때.. 대충 만 김밥에 마냥 행복해 하던 젊은 날의 유학시절을 떠올리면 가슴 아프도록 그리워질 것 같다는 생각에 갑자기 울컥 센치해져 왔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슬프도록 파란 하늘. 젠장, 가을 맞다.. T^T 2021. 11. 1. 연륜 꺽꺽거리는 목소리의 가수. 우리언니가 무지 좋아했던 가수. (그녀는 '별이 빛나는 밤에' 스튜디오 출연도 한 적이 있다) 이제 거기에 '연륜' 이라는 하나를 덧붙여도 될 듯 하다. 들으면서 뭉클 느껴지는 무언가... 그는 이제 인생을 알게 된 걸까. 감동 받았다. T^T 2021. 11. 1. 각자의 길 저녁 무렵, 쇼핑센터에서 우연히 울리케를 만났다. 1년 만의 조우에 감격해버린 그녀와 난, 2층 아이스크림 가게로 올라가 두 컵 씩을 가뿐히 해치우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구술시험 족보 이야기 (요즘 나의 관심사 -.-a), 그녀의 새 직장, 끝으로 다른 동료들의 근황을 얘기하다, 그녀가 말했다- 다들 각자의 길을 무탈히 가고 있구나, 라고. 뱃속에서 이미 녹아 없어졌을 아이스크림이 문득 차갑게 나대는 기분이었다. 함께 걷는 이들이 적어졌음을 처음 느낀 게 언제였더라. 국민학교땐 화장실도 같이 갔지. 고교시절엔 대학이라는 대마왕에 맞서 한마음으로 싸웠고. 대학원을 졸업할 때- 그때 처음으로 뭔지 모를 외로움을 느꼈더랬다. 왠지 쓸쓸한 기분이었다. 각자의 길을 간다는 건.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혼자서 걷고 있.. 2021. 11. 1. 당신 없이는 훗, 서동요 팬 시절의 산물 발견. 적을 땐 몰랐었는데 지금 보니 꽤 슬픈 말이었구나. 당신 없이는, 당신 없이는... 2021. 11. 1. 이전 1 ··· 111 112 113 114 115 116 117 ···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