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17 2022년 3월 2일, 버거킹에서 퇴근길 버거킹에 들렀다. 오랜만에 와퍼 좀 먹어보자! 하며 룰루랄라 들어서다가 멈칫 했다. 웬 못 보던 기계들이 막 서 있지 않겠나. 뭐, 뭐야 나 왜 당황하냐... 그냥 주문기계일 뿐이잖아! 여기저기 옛날옛적부터 있어온 건데 왜 버거킹엔 있으면 안 되는데. 나 우리 읍내 무시하냐. 물론 당황은 찰나였을 뿐, 이내 난 기계를 한 백 번은 써 본 사람처럼 주문을 하고 와퍼를 픽업해 왔지만 말이다.. 그 몇 초간 느낀 복잡한 기분은 상당히 강렬했다. 이까이꺼 뭐라고 왜 흠칫 했지 하는 존심 상함, 이렇게 서서히 '옛날사람' 이 되어가는 건가 하는 大비약까지. 옛날사람이 되어가는건 당연한거다. 슬픈 일이 아니다. 그리고 누구나 언젠가는 옛날사람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3초 만큼은 난 진심으로 슬펐던 것.. 2022. 3. 3. 비로소 이해되는 농담 옛날에도 한 번 얘기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아래와 같은 joke가 있다. 정확한 출처는 알 수 없으나 유럽에 떠도는 오래 된 조크. (유럽의) 천국은, 경찰은 영국인 (영국국민 절반 이상이 자국 경찰을 excellent로 평가한다 함) 요리사는 이탈리아인 (뇸뇸쩝쩝 두 말 하면 잔소리) 연인은 프랑스인 (스윗하기로 유명) 기술자는 독일인 (전통적 기술강국) 그리고 이 모든게 스위스인에 의해 통제되는 곳. (특유의 꼼꼼함으로 잘 조직/기획된 행정의 귀재라 평가됨) 지옥도 있다. 요리사는 영국인 (ㅎㅎ) 기술자가 프랑스인 (고장 많고 기술력 미덥지 못하다 여겨져 왔음) 연인은 스위스인 (오만 정 다 떨어지는 족속으로 소문 나 있음) 경찰은 독일인 (무자비하기로 소문 남) 그리고 이 모든게 이탈리아인에 의.. 2022. 3. 2. 살까기는 계속된다 조금만 검색해도 널린 게 체중감량 식단인데 왜 굳이 책까지 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별 거 있을까 싶어 함 사봤다. 나 자신이 편식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식단조절을 시작하고 보니 의외로 가리는게 엄청 많더라. 일단 한여름에도 따뜻하게 조리된 음식이 좋기 때문에 생채소나 쉐이크 같은 걸로 식사를 대신하는 짓은 도저히 못 하겠다. 고기도 안 좋아하고 닭가슴살도 별로고... 두부/계란/생선/양배추/버섯/참치 같은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로 만든 따뜻한 한그릇 음식을 먹고 싶은데 그런 레시피가 이 책들에는 많은 듯 하여 사게 된 것 같다. 사메가 나더러 살 빠졌다고 요즘 계속 그러고 있지만 글쎄다. 저 사람은 쌍꺼풀 수술 했을 때도 몰라본 눈썰미가 아닌가. ㅋㅋ 아닌가.. 그.. 2022. 2. 25. 우리동네 피자집 우리집에서 도보로 2분 거리에 피자집 두 군데가 있다. 찻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데 둘 다 인기가 좋다. 어느 쪽 피자가 더 잘 팔리는지는 모르겠으나 언뜻 보기론 백중세다. 먼저 'Pizza Pronta'. 이 가게는 오래됐다. 내가 독일에서 살다 바젤에 처음 왔을 때도 이미 있었으니까 최소 15년. 모르긴 몰라도 아마 그 훨씬 전부터 있었을 것 같다. 포닥시절 우리 연구실 사람들은 늘 이 집에서 피자를 갖다 먹었다. 모든 피자는 한 가지 크기로만 나온다. 토핑도 단순하다. 배달은 안 한다. 가격만 좀 오른 걸 빼면 모든게 15년 전과 똑같다. 피자 말고 다른 메뉴들도 있는데 전부 다 평균이상의 맛이다. 와우 까지는 아니지만 재구매하지 않을 이유 또한 없는, 그런 맛. 한마디로 말하자면 무난무난 .. 2022. 2. 23. 이맘때면 이맘때가 되면 왜 이리 집도 더러워 보이고 물건들이 구질구질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이른 봄에 대청소를 하는 건, 그저 습관이거나 햇빛에 눈에 띄는 먼지 탓이 아니라 요맘때면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허물 벗기 욕구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일어나자마자 빨래를 돌렸다. 오늘따라 몸뚱이도 유난히 낡고 비루해 보여서 ㅋ 청바지와 화장품을 주문했고,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다른 것도 뭐 또 살 거 없나 하이에나처럼 살피다 아침시간이 갔다. 봄가을용 새 러닝화와 비타민 도착. 날 풀리니 슬슬 운동도 다시 해야 할 것 같고 비타민도 좀 먹어야 될 것 같고. 라구소스 듬뿍 들어간 파스타가 먹고 싶다는 사메의 바람대로 점심메뉴를 정했으나 샐러드는 뭔가 평소보다 봄기운 나는 걸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딸기를 사왔다. 익숙했던 일상도.. 2022. 2. 20. 다시는 만나지 말자 스위스는 오늘부로 코비드 규제 대부분을 해제했다. 마스크 착용이 더이상 의무가 아니며 백신접종 증명서도 검사하지 않는다. 대규모 행사도 다시 열 수 있다. 다만 대중교통과 의료시설에선 아직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이것도 3월 말까지로만 기한을 두었다. 이 정도면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다른 나라들도 차차 같은 수순을 밟을테고, 머잖아 전처럼 멀리멀리 휴가도 떠날 수 있게 되겠지. 버선발로 반길 일이긴 한데 뭔가 좀 감방 출소하는 느낌 내지는 햇빛에 노출된 지렁이 기분. ㅋ 칩거의 시대여.. 너와 함께 한 날들이 그저 나빴다고만은 사실 생각지 않는다. 마스크 아래로 썩소를 감출 수 있어 좋았다. 내키지 않는 수다를 끝도 없이 떨어야 하는 회사행사가 없어진 것도 좋았다. 원래부터 거리두기가 .. 2022. 2. 18.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