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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717

내 나이 실화냐 해가 바뀐 지도 벌써 나흘째이나, 매년 그렇듯 딱히 달라진건 없다 (어찌 보면 이것은 감사할 일이기도). 1월 첫주까지 휴가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일터는 아직 고요하다. 그저께는 고작 이메일 다섯 통, 어제는 여섯 통, 바라건대 오늘과 내일도 비슷한 수준으로 지나가 주었으면 한다. 월요일부터 다시 몰아칠 일상 전에 숨을 고를 수 있도록. 한국나이로 마흔 다섯이 되었다는 걸 깨닫고 흠칫 했다. 나이를 잊고 싶은건지, 아니면 여기선 좀처럼 내 나이를 상기할 일이 없어 진짜로 잊고 있어선지, 마흔 다섯이라는 엄청난 춘추(!)가 다름아닌 내 것이란 사실을 깨달은 순간 '헐'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거기서 시작된 줄줄이 사탕식 깨달음: 그럼 사메는 마흔 한 살, 울아부지 일흔 다섯, 엄마 일흔 셋, 엊그제 .. 2022. 1. 26.
12월의 퇴근길 12월의 퇴근길은 길어진다. 광장 한복판 북적이는 크리스마스 마켓과, 이에 조심하느라 느릿느릿한 트램들까지 합세해 통과속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오늘은 잠깐 내려서 걸었다. 반짝이는 불빛 아래 치즈는 자글자글 구워지고, 향신료와 설탕이 듬뿍 들어간 와인단지에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우리 산타들도 이제 좀 새로운 패션을 추구할 때가 됐다고 봐. 뭐래! 산타는 역시 빨간옷이지. 작년에 왔던 각설이처럼 모든게 불과 열 두 달만에 반복되고 있는데도, 마치 전혀 새롭다는 듯 크리스마스는 매년 새삼스러운 환영을 받는 것 같다. 모두에게 뜻깊은 연말이 되기를, 나와 내 가족과 친구들이 또 한 해 여전히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빌며 나 또한 그 새삼스러움에 동참하곤 하는 것이다. 2022. 1. 26.
부모의 자격, 반려인의 자격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2. 1. 26.
마지막 헌 도마를 떠나보내며 금년 크리스마스 장이 열리면 잊지 말고 올리브나무 도마를 사야지, 하던 참이었다. 빵보드 치즈보드로 쓰는 작은도마는 이미 있지만, 좀 큼지막한 걸로 하나 더 사려니 적당한 놈 찾기가 의외로 쉽지 않았다. 곧게 자라지 않는 올리브나무의 특성상 단면이 워낙 들쭉날쭉해, 모양이 괜찮다 싶으면 길이가 짧고, 길이가 적당하면 폭이 또 좁거나. 올리브나무 수제품이 쏟아져 나오곤 하는 크리스마스 장에서 꼭 하나 건져오는게 금년 나의 '작은' 목표 중 마지막 항목이었다. 오늘 요놈을 들였으니 그 마지막 목표까지 드디어 이루어졌다. 1월 1일에 두 개의 목록을 만들었더랬다. 큰 목표, 작은 목표. 자기계발과 관련된 '중대한' 건 큰 목표- 이를테면 뱃살 빼기 (매우 중대 -_-;;), 고급 독일어 독해집 끝까지 풀기, .. 2022. 1. 26.
When October goes "I'm so glad I live in a world where there are Octobers." 백 번 공감한다.. 빨강머리 앤이 했던 그 말에. 시월은 왜 한 석달쯤 넉넉히 있다 가지 않고 이리도 금방 스쳐가는걸까. 낚시하는 것만 보면 너무 부러워하는 사메. 처량맞게 ㅋㅋ 앉아서 쳐다본다. 스위스 낚시허가증을 얼른 따야 소원풀이하지. 요트와 수영하는 사람들로 여름내 북적거렸을 호수가 이제는 적막하다. 청둥오리 커플은 볼때마다 신통하다. 어쩜 그리 꼭 붙어 헤엄치고, 똑같은 자세로 낮잠을 자고, 같은 곳에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볼 줄 아는지. 곤지암에 사진 찍으러 가셨다는 아빠와, 아마 모델 겸 해서 ^^ 단풍 보러 가신 엄마. 청둥오리 커플 못지 않으시군유. ㅎㅎ 한국의 단풍이 문득 그립다. 야외.. 2022. 1. 26.
어떤 선택 外 # 어떤 선택: 며칠 전 중간보스 헬렌이 대접만한 커피잔을 들고 다가와 얘기를 꺼냈다. 프로젝트에 비해 인원수가 너무 많은 임상시험팀. 그 중 한 명을 조만간 불가피하게 해고해야 될 것 같은데, 혹시 그를 내 팀원으로 쓸 생각은 없겠냐고. 나 혼자 하기엔 일이 너무 많아져 마침 사람을 물색하려던 참이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그 동료는 부서이동에 긍정적인 입장이고 (내가 사수가 될 거라는건 아직 모름), 왕보스 마티아스는 내 생각에 맡긴다고 했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경우는 누이 안 좋고 매부도 안 좋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나는 그 날부터 생각이 많아졌다. 그 동료는 애초에 임상팀 신입으로 들어온 것 부터가 의아했을 만큼 거리가 먼 전공인데다, 내 업무쪽 경험은 .. 2022.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