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17 소소하지 아니하다 한박자 쉬어가는 주말이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월화수목금의 폭주를 멈추고, 일상이라는 현란한 무대에 잠시 암막커튼을 친 뒤 피로해진 이들을 아늑한 어둠 속에서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토요일아...일요일아...싸랑한다. 남편이 출장중이면 금방 표가 난다. 밥 안해도 된다는 생각에 정신이 팔려 과일도 채소도 동나버린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장 봐온 것들의 일부로 어수선한 아침을 먹고는, 오랜만에 난 해가 금방 사라져버릴까 햇살 드는 거실에 서둘러 자리를 잡았다. 애정하는 커피집이 공사중이라 슬픈 요며칠. 무슨 짓을 해도 안 열리던 한라봉차의 병뚜껑이 마침내 뻥 시원하게 열리다니 타이밍 참 기막힌다. '삶' 이라는 괴물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 앉아 온갖 일희일비를 쥐고 흔드는건 의외로 작은 것들이라.. 2022. 1. 24. 오늘부터 1일 1월이 거의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야 비로소 새해 목표 중 한가지를 정했다. 6월까지 한달에 1kg씩 감량한 다음, 7월부터 연말까지는 쭉 유지하기로. 오늘부터 1일 힘차게 시작하려면 첫날은 잘 먹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 초밥을 먹으러 갔다. 나만 보면 '코리아!' 라며 얼굴을 알아보는 주방장님이 새 메뉴를 이것저것 추천해주는 바람에 폭주. 음...너무 힘차버린 작심 1일. 내일부터는 채소 투성이 식단일테니 디저트도 좀 먹어둬야 할 것만 같아서 초코 파운드 케잌을 구웠다. 생크림을 듬뿍 채워넣고.. 심심할까봐 파인애플 조각도 꽤 많이 썰어넣고. 터져나올라 하는 크림을 꾹꾹 눌러 막은 다음 잘라보니 크림은 다 어디로 간건지. 생크림 폭발 케잌이 먹고 싶었건만 감질나게 묻혀놓은 수준이고 파인애플은 자취조.. 2022. 1. 24. 공짜는 없다 外 # 공짜는 없다: 크리스마스 휴가가 특별한 이유는, 너도 나도 다같이 (적어도 유럽에서는) 놀기 때문이 아니던가. 그 말인즉슨 휴가 후 출근했을때 밀린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고, 바로 그렇기 땜에 특별한건데... 이번엔 왜, 어째서, 그렇지가 않은건지! 어리둥절 하는 사이 1월도 벌써 후반으로 접어들었다. 연봉이 오르고 보너스가 나오면 일거리도 득달같이 늘어나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은 나의 착각일까. 하여간 공짜란 없구나. 그래도 주말만큼은 일 생각 말고 꼭 쉬어야지. 작년부터 묵혀둔 책도 읽어야지. 먹는 것도 잘 챙겨 먹어야지. 건강도 공짜가 아니니까. # 지금은 알 수 없어라: 또 한번의 시험관 시술 여부를 결정하고자 간 상담에서 우리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고 왔다. 이제 의술의 힘을 비는 일은 더이.. 2022. 1. 24. 횡설수설 새해소망 눈이 종일 내렸다. 금방이라도 그칠 듯 보슬보슬 수준이었지만 그것도 하루 종일 내리니 제법 많이 쌓였다. 겨울다운 겨울을 좀처럼 보기 힘든 이 곳에서 이만하면 이번 겨울은 꽤 진짜 겨울 같다. 하지만 호떡도, 군고구마도, 붕어빵도, 떡볶이 어묵국물 포장마차는 더더욱 없으니...겨울 맞아유...? 결국 내가 떠올리는 그 '겨울' 의 이미지를 완성하는건 함박눈도 크리스마스도 아닌 기승전 먹을거리였던 모양이지. 껄껄;; 새해를 맞아 동료들 몇이 야심찬 다이어트 도시락을 싸오고 있고, 스포츠 스마트 시계를 차고 다니는가 하면, 두세명은 이미 놀라운 감량을 해 반쪽얼굴로 나타나질 않나...어...왜...우리회사 분위기 갑자기 헬스클럽 같아진거냐. -ㅅ- '살 빼자' 같은 것도 한해 목표씩이나 될 수 있다는 걸 전.. 2022. 1. 24. 단순한 자, 너의 이름은 세상은 절대 돈이 다가 아니고 그렇게 되어서도 아니되지, 암. 그런데 난 왜...'친절한 편지' 가 이번엔 없나부다 싶던 지난 며칠간 그리 일할 맛이라곤 안 났을까. (연말이 되면 우리회사에서는 소위 '친절한 편지' 를 준다. 개인별 연봉인상과 보너스 지급 내용이 적힌) 중간보스 헬렌이 오늘 내게 그 편지를 줬을때 (내 휴가 끝나고 바로 준다는 걸 오늘까지 깜박 했다고 함) 왜 세상은 다시 그리 아름답게 보인걸까. 이래도 너에게 돈이 다가 아닌가 단순한 자여! 그 이름은 바로...전..임... -_-;; 편지 받기가 무섭게 일할 기운이 불끈 솟는게 스스로 참 어이가 없어서. -ㅅ-;; 2022. 1. 24. 잘 가라 병신년아 시내가 몰라보게 한산했다. 여느 주말 같았으면 한창 붐빌 시간인데. 벌써부터 집콕들 하며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는 중인 걸까. 400명 들어가는 상영관에 우리 말고 딱 두 사람 더 있는게 아니겠나 글쎄. 개인영화관이나 다름 없었다. 예년보다 추운 겨울이라는 증거인지 군밤장수들이 부쩍 많아진 것 같다. 트램을 기다리는 동안 글뤼바인 (향신료와 설탕을 넣고 뜨겁게 끓인 와인) 한 국자씩 사 마셨다. 효과가 어찌나 빠른지 후끈후끈하다 못해 땀까지 흘렸다. 사진만 찍으면 치명적인 눈빛 -ㅅ- 을 시도하지만 다크서클만 치명적일 뿐. ㅋ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참신한 모델이 필요하다. 헤어지자고 난리 치더니 왜 자기 살 집도 안 구해놓고 이사도 안 해놓고 변호사 선임도 안 해놨냐고. -_-;; 한 번은 봐주겠는데 다.. 2022. 1. 24. 이전 1 ··· 44 45 46 47 48 49 50 ···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