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17 아무 것도 안 한 날 아침 8시 기차를 타고 취리히 한국수퍼에 가서 먹을거리를 사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우체국에 들러 소포를 찾았다. 된장찌개와 어묵볶음을 한 다음 내일 먹을 생선 밑간을 하고 도시락 만드는 데 쓸 닭고기를 재워두었다. 매일 저녁밥 대신으로 먹는 걸쭉한 수프도 큰 냄비 끓이고, 내일 출장에서 돌아오는 남편 먹으라고 석류를 두 개 까 놓았다. 1년여의 항암치료를 끝내고 복귀하는 한 동료를 위해 몇 명이서 간식을 만들어 가기로 했는데 나는 파운드 케잌을 맡았다. 피칸을 넉넉하게 사뒀건만 글쎄 우리집 인간 햄스터가 반이나 홀랑 먹어버리는 바람에 -_-; 양이 간당간당해 보인다. 결국 회사 가져갈 거에만 좀 제대로 넣고 집에서 먹을 케잌에는 피칸이 장식용으로나 몇 개 들어가는 걸로.. 크흑 용서하지 않겠다 햄스터. .. 2022. 1. 24. 겨울비 간밤에 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바람도 꽤 세게 불었나보다. 1층 현관문을 나서는데 떨어진 나뭇잎이 수북이.. 여기 저기 바람에 쓰러진 자전거들을 본 사메는 자기 자전거도 길바닥에 저렇게 뒹굴고 있음 어쩌냐고 아침부터 자전거 찾으러 나선다. 어제 저녁 친구 만나러 갔다가 자전거 자물쇠가 고장나는 바람에 타고 오질 못하고 독일 국경 부근 어딘가에 세워두고 왔단다. 자기 계절을 잊은 채 꿋꿋이 피어있던 장미였는데.. 이제는 고단해 보인다. 그런가 하면 이제 막 제철을 맞은 애들도 있고. 고장난 자물쇠를 끊어내고 무사히 모셔온 모양. 이렇게 몸에 딱 맞는 자전거가 없다고 도둑이라도 맞을까 얼마나 걱정하던지. 잎이 제일 많이 남아있던 나무였는데 하룻밤 사이에 반 벌거숭이가 되었네. 사메의 희망메뉴가 익어간다. 치즈.. 2022. 1. 24. 햇 포도주가 나온 날 금년의 햇 포도주 '보졸레 누보 (Beaujolais Nouveau)' 가 출시된 날이었다. 프랑스 보졸레 지방에서 그 해 갓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 11월 셋째주 목요일이 되면 전세계에 일제히 내놓는다는. 와인은 묵어야 제맛이라지만 과일향이 아직 생생히 살아있는 이 햇 와인도 인기가 꽤 높은 것 같다. 프랑스 사람인 프랑크가 점심시간에 얘기해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금년에도 깜박 지나쳤을 거다. 잘 익은 김치보다 겉절이를 좋아하는 나로선 혹시 와인도 덜 익은게 더 취향에 맞지 않을까 이 포도주 맛이 늘 궁금했다. 진열장은 널찍한데 벌써 몇 병 남지 않은 것이.. 오늘 하루 불티나게 팔린 눈치였다. 손은 벌써 병 쪽으로 뻗어가고 있지만 예의상 남편에게 문자를 보내본다. "한 병 살까?" 종교적 이유로 술을 안.. 2022. 1. 24. 변화 # 계절의 변화: 11월 중순으로 접어들자 동네 분위기가 하루 아침에 싹 바뀌었다. 젖은 낙엽처럼 들러붙어 있던 가을을 이제 그만 털어내려는 듯 온 도시가 겨울을,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 제법 겨울같은 날씨도 시작되었다. 오늘 출근길에는 러시아 털모자 쓴 사람을 세 명이나 봤다. 크리스마스 장식이라곤 집에 딱 하나 있는 비루한거나마 선반에 꺼내 놓았다. # 빨랫감의 변화: 빨래를 남편에게 넘긴 지 한 달째. 빨랫감이 전에 비해 반으로 확 줄었다. 수건 한 장도 이젠 자기 일이라 그런지 한 번 쓸거 두 번 세 번 쓰고 내놓는 모양이다. 아니 이건 너무나 속 보이는 것. ㅋㅋ 당신 빨래가 80%라고 내가 글케 말할땐 안 믿더니만... 역시 직접 해야 깨달음을 얻는가 보다. 일주일에 세 번.. 2022. 1. 24. 스산한 일요일 눈이 올 거라던 예보는 빗나갔다. 하지만 얼마나 을씨년스러워졌는지 모른다. 종일 먹구름 가득한 도시에 까마귀 우는 소리만이 울려퍼지는 느낌. 도시락 싸 갈 양고기 스튜. 이런 날씨 나의 진정한 희망메뉴는 김치콩나물 국밥 또는 된장찌개 백반입니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꿈이겠지라. 점심으로는 라끌렛을 해먹었다. 치즈를 녹여 삶은 감자, 구운 채소 등과 함께 먹는 이 겨울음식이 생각난 건 우리 뿐만이 아니었는지 수퍼마켓 라끌렛 세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더라. 이집트 대 가나의 축구경기에 심취해 계신. 이럴 때 말 걸면 무조건 '응' 또는 '아라쏘'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오늘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자기 밥 내가 혼자 다 먹어버린다~"..."아라쏘." ㅋㅋ 어느 집 고양이인지 자주 산책 나온다. 풀숲.. 2022. 1. 24. 촛불을 밝힐 시간 이렇게 멀리서, 고작 장식용 촛불 따위로 대신한 채 현장을 모니터 너머로나 보고 있자니 참 무력하지만, 광장에 운집해 뜻을 모으고 있을 모두에게 티끌만큼의 마음이라도 날아가 보태질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까지 추락했을까. 여기가 과연 바닥이긴 한건지, 차고 올라갈 희망이 남아 있긴 한건지. 16년전 한국을 떠나올 때는 몰랐다. 태어나고 자란 내 나라의 위기를 밖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픈 일이라는 것을. 2022. 1. 24. 이전 1 ··· 46 47 48 49 50 51 52 ···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