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17 이런 날 오늘 우리회사 독일지사에서 대규모 회의가 있었다. 회의실 거울벽에 모두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는데, 거기 잠시 시선이 머문 순간 갑자기 외로워졌다. 나만 외국인이야.. 평소엔 그래도 프랑스인 동료라도 몇 섞여 있는데 오늘은 99.99% 독일사람들 틈에 딱 나 혼자. 그러고 보니 지금 나누는 얘기도 이 사람들에겐 그냥 다 자기나라 말인데 나한테만 외국어고. 그게 뭐 어쨌다고 그러지. 그게 이제 와서 외로울 이유가 되나- 라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참 우습게도 한번 의식이 되자 걷잡을 수 없이 기분이 이상해졌다. 이런 날이 한번씩 있다. 낯선 곳에서 졸다 깬 사람처럼 '여긴 어디, 난 누구' 갑자기 모든게 어리둥절 새삼스런 날이. 이런 날엔 역시 집이 최고지 가족이 최고야 그치 하면서 집에 왔는데 집에도 외쿡.. 2022. 1. 23. 아빠는 잔디 깎고 엄마는 쿠키 굽...기 싫다!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2. 1. 23. 닭고기 수프 따뜻 나른한 햇빛샤워가 쏟아지고 창문 틈으로 청량한 가을공기가 들어온다. 요 앞 공터에는 주말마다 돌아오는 작은 장이 열렸다. 너무나 평화롭고 아늑한 아침이라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동안 마치 모네의 그림 '햇빛 속의 포플러' 속 여인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오늘은 근교 농장의 호박축제 첫날이기도 하다. 날 한번 기막히게도 잘 골랐다 싶다. 농촌의 가을정취도 흠뻑 느끼고 호박도 두어 덩이 사오고 옥수수도 따와 구워 먹자고- 어제따라 의욕도 넘치게 호박축제 옥수수 같은 소리 하시던 그 의욕맨, 오늘 아주 제대로 아프다. 도대체 일년에 감기를 몇 번을 앓는건지 모르겠다. 가리는 거 없이 골고루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는건 물론에, 술 담배를 하길 하나, 건강검진 결과도 나무랄 데가 없는데 축구.. 2022. 1. 23. 아침 7시의 단상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2. 1. 23. 낭만에 대하여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2. 1. 23. 묵은 것들 털어내기 오늘 부엌은 묵은 식재료들의 잔치였다. 오트밀 남은 부스러기를 묵은 식빵 위에 뿌려 아침에 먹을 토스트를 구웠고 냉동실에 언제부터 있었더라 기억도 안 나는 또띠야를 꺼내 피자를 구우니 세 판이 나왔다. 내일 가져갈 도시락으로 당첨. 피자에 올라간 토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역시 며칠 묵은 피망, 오늘도 안 먹으면 물러버릴 버섯, 시들기 시작한 시금치, 그그저께 만들어 먹고 남은- 하루만 더 묵히면 맛이 가버릴 것 같은- 볼로네제 소스 등이었다. 싹 난 감자도 다 구워버렸다. 2주 넘게 방치되어 있던 로즈마리 이파리도 털어 넣어서. 이로써 저녁에 닭다리와 함께 먹을 것도 해결되었다. 나열해 놓고 보니 마치 우리집엔 신선한 재료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_-;ㅋ 보류해오던 결정도 내렸다. 조만간 .. 2022. 1. 23. 이전 1 ··· 49 50 51 52 53 54 55 ···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