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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ldives #5] 일곱번의 노을과 한번의 해오름 게으른 와중에도 매일 빼놓지 않고 한 것은 노을보기, 그리고 저녁 먹고 나서 잠들때까지 밤바다 구경하기. 특별히 가슴 저미는 노을이었던 건 아니지만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참으로 좋았다. 한창 유행하던 아날로그 뭐시기 라는 필터의 색감과 비슷하다. 온통 불그스름하게 물들어가는.. 언뜻 보면 소똥 또는 타조알 같아 보이는...어디에나 등장하는 코코넛. 핑크빛 바다를 열심히 사진에 담는 사람들. 금빛으로 출렁이는 바다를 보는건 하루 중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뜨거운 햇빛이 마침내 잦아들고 뺨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는 순간. 낮잠 자고 팅팅 부은 얼굴로 돌아다니건, 발이 모래 투성이이건 아무래도 괜찮은- 그것이 휴가의 묘미. 노을은 매일 볼 수 있었지만 일출은 떠나는 날 한번밖에 못 본 귀한 것이었다... 2021. 11. 7.
[Maldives #4] 아무것도 안해도 하루는 잘도 간다 휴가동안의 시간은 몇 배로 빨리 흐르지 않던가? 실제로 스위스보다 네 시간이 빠른 몰디브에서는 더욱더 그러했다. 리조트 구석구석을 슬슬 산책하거나, 해변에서 멍 때리거나, 카누를 저어 섬을 고작 딱 한바퀴 돌았을 뿐인데 하루가 다 가버리곤 했다. 움직임을 요하는 모든건 지지리도 못하는 줄 알았던 나에게서 숨은 운동신경(?)을 발견한 것 같다. 노를 쫌 젓는 듯...? 내가 앞에, 사메가 뒷자리에 탔는데 아 글쎄 돌아보니 나 혼자 젓고 있는게 아니겠나. 혼자서도 파워풀하게 잘 젓길래 자기는 그냥 놀았다고. -_-ㅋㅋ 물에 젖으면 천근만근이 되는 이 원피스는 나중에 가차없이 잘려나가게 된다.. 이렇게. 10년만에 장만한 새 MP3 player인지라 몇날 며칠 뿌듯해하는 중. 심심하니 점프샷을 찍어보겠다고 몸.. 2021. 11. 7.
[Maldives #3] 해질녘 낚시 'Sunset fishing' 이라 이름 붙은 excursion을 하고 싶다는 사메에게 "훤한 대낮 다 놔두고 왜 해질녘이 되어서야 낚시배를 띄우는거야?" 물었더니 excursion center 가이드분과 사메가 동시에 폭소를 터뜨렸다. 알고보니 무식이 통통 튀는 질문이었구만, 푸핫. 내가 알았냐고...해질녘이야말로 입질이 빈번한 황금시간대라는 걸. 워낙 관심 0.01%도 없는 분야라. ㅋㅋ 해 지기 전에 목표점에 당도하기 위해 배를 달린다. 다른 한쌍의 부부는 셀피 삼매경 중. 사메와 가이드분은 수다 중. 드디어 해가 지고...고기 잡는 시간이 돌아왔다. 딱 1시간 준대서 너무 짧지 않나 싶었는데.. 한시간만에 큰 상자에 반이 넘게 잡히는게 평균이라고 두고 보라 한다. 다음날 스노클링 하다가 이 그림에.. 2021. 11. 7.
[Maldives #2] Just the two of us 총지배인이 말하길, 이 리조트는 '완전히 새로운 컨셉의 리조트' 이자 'Real Maldives' 를 추구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신혼부부들이 많이 가는 타 리조트들과 과연 좀 다르긴 했다. 몰디브의 상징과도 같은 물 위의 빌라 대신, 이 리조트에는 울창한 숲속 빌라만 존재한다. 방안에 있는 모든 가구와 소품들은 원목으로 만든 수제품이며 아주 최소한의 금속만이 사용되었다. 뒷마당에 있는 흔들의자나 초가집 쉼터도 모두 자연재료로만 만들어졌다. 깊은 뜻은 잘 알겠는데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__ 2021. 11. 7.
[Maldives #1] 나쁜 날씨 몰디브에 도착한 첫날은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다. 경비행기가 많이 흔들릴 수 있으니 겁 먹지 말라는 안내가 나왔다. 본섬인 '말레' 에서 우리가 머물 섬까지는 40분을 더 날아간다. 먼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내려다보이는 풍경 덕에 그리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리조트에 도착했다. 나무들이 흔들리며 내는 솨~ 솨~ 소리에 파도소리까지 더해져 섬 전체가 솨솨거리는 것 같았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빛깔의 바다는 늘 잔잔하고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일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파도가 제법 거세게 치고 있는 광경이 마치 아빠옷 빌려입은 꼬마 같아서 웃음이 났다. 몰디브의 바다도 야성적인 면이 있구만요. 소라게들이 엄청나게 많다. 손톱만한 놈부터 꽤 큰 놈까지 다양한 크기로 발에 툭툭 채이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정.. 2021. 11. 7.
[Mauritius #에필로그] 천국은 함께 하는 것 나도 모르게 개 사진을 하도 찍어대니 남편이 그런다- 개 특집이라도 만들거냐고. 모리셔스의 길 동물들은 왠지 여유 있어 보였다. 굶주리거나 지쳐 보이는 대신 느긋하게 삶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달까. 사람들은 그들에게 무척 관대해 보였고 실제로 먹이와 물도 제법 잘 얻어 먹고 있는 눈치였다. 힌두교 신전에서 사이 좋아보이던 견원지간. 늘어지게 자다 일어난 녀석. 새가 몹시 잡고 싶었는지 3분은 족히 부동자세로 저러고 있던데 결국 못 잡고. 특히 해변의 개들은 사람을 무척 따랐다. 조금의 경계도 없이 다가와 놀고 싶어하는 걸 보면 평소 사람들이 워낙 친절했던 듯. 길고양이도 아무데서나 느긋하게 식빵을 굽고. 새끼를 안고 있으면 사람을 경계할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신기했다. 경치감상에 여념이 없는 원.. 2021.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