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1050 스무살의 장례식 장례식은 오후 두 시, 카트린의 동네인 독일 그렌츠나흐의 작은 교회에서 열렸다. 2주만에 보는 카트린은 좀 여위어 있었지만 의연한 모습이었다. 간간이 흐느끼는 그녀의 남편과 고등학생 딸 사이에서 담담한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해탈한 듯 보이기도 했다. 청년은 끝내 아무런 유서도, 힌트도 남기지 않은 모양이었다. 가족들은 아직도 모른다...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쭈욱 알지 못할 것이다. 남은 가족들에겐 참으로 잔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배를 마치고 아들이 묻힌 묘지로 향하는 동료의 눈은 복잡하고도 텅 비어 보였다. 한 사람 한 사람 조문객들이 유족을 위로하고,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와줘서 고맙다 꼭 끌어안는 카트린의 어깨가 너무 앙상하게 느껴져서. 아들을 .. 2023. 2. 14. 오늘의 택배 + 잡담 문화와 지성과 건강함과 감성이 쏴라있는 뭔가 그런 일상이면 얼마나 좋을까만, 요즘 현실은 일에 지친 좀비 모드로 집에 오면 택배나 풀고 앉았는 것. -_-;; 비극적으로 아들을 잃은 동료 몫까지 일하느라 하루하루 허덕이고 있다. 자식 잃은 사람도 있는데 겨우 이까이걸로 버겁다 생각하는 나 자신이 너무 싫기도 하고. 그런 요즘. 내게 있는 검정색 가방이라곤 회사에 갖고 댕기는 제이에스티나 인조가죽 배낭이 전부. 그래서 검정 가방을 사야지 하고 기웃거리다 무난해 보이는 걸 봤다. 그 넘의 이름은 '쏘 쿨 (so cool)' 이던가. 그러나 찜해둔 작은 사이즈 쏘쿨이는 백날을 기다려도 품절이라 지쳐서 다른 걸 골랐다. 이름이 빵인가 핑인가 팽인가 그러하다 (불어 알못). 스티치가 포인트인 듯. D자 오른쪽 상.. 2023. 2. 11. 두부덮밥 해 먹으려다 일어난 참사 요즘 백종원 두부덮밥에 꽂혀서 자주 해 먹고 있다. 오늘도 해 먹으려는데 건새우가 눈꼽만치 밖에 안 남은 게 아닌가. 새우를 넣어야 훨씬 맛난데! 부스러기까지 소듕하게 탈탈 털어 믹서에 지잉~ 갈고 나니... 만신창이가 된 실리카겔 봉지 니가 거기서 왜 나와... 구차하게시리 약 1초 갈등함. 그 그냥 먹을까...아까비... ㅠㅠ 실리카겔 인체에 무해하잖음?! 근데 '인체에 무해하나 먹지 마시오' 라니 어쩌란 것이냐 아 놔 갈등되게. -_-;; 결국 '먹지 마시오' 쪽을 따르기로 함... 새우 안 들어간 덮밥은 뭔가 영 아쉬웠다. 한국에서 배송 오려면 며칠은 걸릴 텐데 이번 주는 더 이상의 두부덮밥은 없는 걸로. 2023. 2. 8.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 사무실을 같이 쓰는 카트린이 출근하지 않았다. 병원 가는 날이라 재택근무를 하겠다 미리 말했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우리 보스가 오더니...카트린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당분간 못 올 거라 했단다. 덜컥 걱정이 되었다. 병원 간다더니 큰 병이라도 발견한건가 싶어서. 한참 후 내 개인폰으로 전화를 걸어왔길래 물었다. "어디가 많이 안 좋대?" 병원엔 가지도 못했다고 한다. 아들이 죽었단다. 그것도 자살... ㅠㅠ 탑에서 뛰어내렸단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에 다니는 착실한 청년이었다. 카트린이 늘 칭찬해 마지않았던. 너무나 충격적이라 말문이 막혀 조의도 제대로 표하지 못했다. 평소 우울증 같은 게 있었는지는 가족들도 모르겠단다. 이상징후 같은 건 전혀 없었고 너무나 잘 지내고 있었기에. 그런 얘길 내게 비교적.. 2023. 1. 31. 휴가를 기다리며 바쁨과 스트레스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버틸 낙이 필요해 여름 휴가를 예약했다. 케냐여 드디어 내가 간드아~! 나~~주 평야~♪ 발바리 치와와~ (라이언 킹 OST 출처 불명 한국어 버전) 심바랑 품바 티몬을 야생의 초원에서 볼 생각에 설렌다. 기력 더 후달리기 전에 언능 가야 해. -,.- 케냐와 탄자니아는 붙어 있고 세렝게티나 마사이 마라나 사실 같은 평야다. 탄자니아에 속해있는 부분을 세렝게티, 케냐 쪽 평원을 마사이 마라라고 부르는데, 세렝게티는 왠지 서정적이고 아련하게 들린다면 마사이 마라는 뭔가 비장미(?)가 있는 것 같음 (순전히 혼자만의 느낌). 둘 중 어디로 가야 할까 고민하다 케냐를 택했다. 우리가 가는 여름 쯤에는 초식동물들이 물과 풀을 찾아 케냐쪽으로 대거 옮겨가는 시기라고 한다... 2023. 1. 27. 요즘 마시는 차 서울에서 미용실엘 갔더니 원장님이 요즘 푹 빠진 차가 있다며 마셔보라고 한 잔 주셨다. 커피만 편애하는 나는 그 어떤 차도 커피만큼 내 맴을 사로잡을 순 없어 라며 ㅋㅋ 솔직히 기대 안 했는데, 오! 향이 정말 좋은 것. 오설록 동백꽃차였다. 다른 것도 마셔보고 싶어서 이 세트를 하나 사 왔다. 지금까지 마셔본 건 동백꽃, 달빛걷기, 웨딩그린티, 영귤차. 영귤차는 그냥 상상했던 그 향이고, 달빛걷기는 향긋한 배 향. 사무실에서 마셨더니 냄새에 민감한 우리 보스 코 벌름거리며 달려오더니 이거 뭐냐고. 환상적이라고 (오른쪽 맨 아래 남색). 오늘은 웨딩그린티 포장을 뜯었는데 청포도 사탕 냄새가 난다. 새콤달콤 맛있는 향. 하나씩 뜯을때마다 기대된다. 다 마셔보고 제일 맘에 드는 거 두어 가지 사야겠다. 원래.. 2023. 1. 5.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 17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