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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길 저녁 무렵, 쇼핑센터에서 우연히 울리케를 만났다. 1년 만의 조우에 감격해버린 그녀와 난, 2층 아이스크림 가게로 올라가 두 컵 씩을 가뿐히 해치우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구술시험 족보 이야기 (요즘 나의 관심사 -.-a), 그녀의 새 직장, 끝으로 다른 동료들의 근황을 얘기하다, 그녀가 말했다- 다들 각자의 길을 무탈히 가고 있구나, 라고. 뱃속에서 이미 녹아 없어졌을 아이스크림이 문득 차갑게 나대는 기분이었다. 함께 걷는 이들이 적어졌음을 처음 느낀 게 언제였더라. 국민학교땐 화장실도 같이 갔지. 고교시절엔 대학이라는 대마왕에 맞서 한마음으로 싸웠고. 대학원을 졸업할 때- 그때 처음으로 뭔지 모를 외로움을 느꼈더랬다. 왠지 쓸쓸한 기분이었다. 각자의 길을 간다는 건.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혼자서 걷고 있.. 2021. 11. 1.
당신 없이는 훗, 서동요 팬 시절의 산물 발견. 적을 땐 몰랐었는데 지금 보니 꽤 슬픈 말이었구나. 당신 없이는, 당신 없이는... 2021. 11. 1.
때는 월드컵 주인을 대신하여 지난 주부터 차림새가 위와 같으신 내 방 멍군. 2021. 11. 1.
밑지는 장사 가전제품 사이트를 구경하다, 서울 그 녀석 생각이 났다. 이여사의 드라마 삼매경에 그다지 훌륭하게 협조치 않는- 구형 TV 그 녀석. 그대로 '구매' 를 클릭해 TV 한 대를 배달시켰다. 학생의 경제력으로 선물하는 TV. 빤하지 않은가. 하나같이 몸집 큰 요즘 물건 치고는 영 쪼매난 아날로그 녀석. 본격 디지털화 되는 2010년 전엔 필히 다시 선물하겠다 허풍을 떠는 내게 이여사는 그저 기분 좋게 웃었다. 풀 덕지덕지 말라붙은 종이 카네이션에도 기뻐하던 그들이었고, 당신들 능력으로 가는 좋은 여행보다 자식이 보내주는 알뜰투어에 더 설레 하는. 아무리 생각해도 부모란 손해 보는 장사인 거다. 그리고 그들의 그 밑지는 장사를 지켜보기가 나이가 들수록 나는 너무 시리다. 2021. 11. 1.
풋풋함 우편함을 뒤적이고 있는데, 동양 여학생 하나가 쭈빗쭈빗 말을 걸어왔다. "Entschuldigung, kommen Sie aus Korea?" (실례합니다. 한국분이신가요?) 오랜만이었다. 초보 특유의 그 신선한 aura와 상기된 표정. (독일 와서 처음 만난 한국인이 이 몸이라니 반가울 법도.) 곧이어 물 만난 듯 질문이 쏟아졌고, 아는대로 답해주었다. 전화신청은, 인터넷은, 외국인청은, 전입신고는... 후훗, 모든 질문이 똑같지 뭔가. 몇 년 전 나 또한 궁금해 하던 것들. "정말 고맙습니다 언니!" 몇 번이나 인사를 하고는 공중전화로 가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야? 여긴 벌써 어두워! 아직 방에 전화가 없어서 답답해..." 웃음이 났다. 촌스런 신입생들이 상큼한 이유를, 떡 돌리는 새댁이 이뻐.. 2021. 11. 1.
나도 그래 아파트 꼭대기에 줄 한 번 잘 맞춰 앉은 새들. 근 40분을 꼼짝 않고 저러고 있는 거다. 은행 갔다 오고, 차 마시고, 빨래 개고, 설거지까지 끝내고 혹시나 하여 봤더니 아직도 여전한 그 포즈에 그만 박장대소하고 말았다. 훗, 미안. 사실은 바쁠 텐데. 날개 힘을 모으느라.. 바람을 읽느라. 그리곤 날겠지. 바쁘게 날아야겠지. 나도 그래.. 나도 그럴 거란다, 새들아. 2021.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