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1050 밤이 무서버 모든 게 과장된다. 고민이 번뇌로, 바람이 절박한 소망으로, 커피냄새가 황홀한 마법의 향으로. '네버엔딩 스토리' 속 몬덴킨트의 숲처럼 밤만 되면 쑥쑥 자라나서는, 실은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이 이 시간엔 아무렇다. 매우 아무렇다. 2021. 11. 1. 뒷모습 무겁게 맞이해서 미안했단다. 함께 해주어 고마웠단다. 돌아서는 뒷모습, 고이 새겨 맘 속에 넣을께. 가거라.. 잘 가거라, 이 해여. 2021. 11. 1. 있으면 좋은 욕실 전구 좀 갈아주십사, 연통을 한 건 지난 금요일. 아저씨가 오신 건 오늘 오후가 되어서였다. 제때 못 와 미안하다, 재촉하지 그랬느냐, 한다. "아 뭐 괜찮아요. 크게 불편하지 않았어요." 그렇다.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샤워, 세수, 양치- 좀 어둡다고 안 되는 건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어둑한 욕실과는 점점 친숙해져, 오늘 오후 아저씨가 벨을 눌렀을 땐 서동요의 오색야명주 비밀 듣기를 방해한 그 방문이 나는 몹시 야속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돌아온 광명... 미안하다, 환영이 열렬하지 않아서. 나 알아버렸거든. 네가 '없으면 안 되는' 이 아니라 '있으면 좋은' 존재라는 걸. 나도 누군가에겐 그런 존재였을 지 몰라. 2021. 11. 1. 호환불가 아침 먹으려 베이컨을 굽는데, 채 다 구워지기도 전에 후회가 밀려왔다. 아침엔 유독 기름냄새를 견디기 힘들다. 따뜻할 것. 부드러울 것. 그리고 담백할 것- 내가 바라는 아침식사의 조건. 이상적이라 생각하는사랑 (그 대상이 이성이든 동성이든)의 조건과 정확히 일치한다. 다만, 아침식사로 사랑을 먹을 수 없고 사랑 대신 아침식사를 먹을 수 없을 뿐. 2021. 11. 1. 옛사랑 존재하나, 등장하지 않는 편이 한결 자연스러운... '오늘', '나는'- 일기 속 그런 말들처럼. 2021. 11. 1. 어리석게도 속눈썹에 붙은 먼지인 걸 모르고 안경만 줄창 닦았네. 2021. 11. 1. 이전 1 ··· 161 162 163 164 165 166 167 ··· 175 다음